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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올리버

짧은 영시 (176-2) 메리 올리버 / 기러기 Wild geese

기러기

브루노 릴레포르스의 "기러기" (Wild geese, 1907)

 

메리 올리버

 

 

넌 반드시 착할 필요는 없어.

무릎으로 기어갈 필요도 없어

참회하며, 백 마일도 넘는 사막 길을,

그냥 네 몸의 여린 동물이

사랑하는 걸 사랑하게 내버려 두면 돼.

 

절망에 대해 말해봐, 너의 절망을, 그러면 내 절망을 말할 테니.

그동안에도 세상은 돌아가네.

그동안에도 해와 맑은 빗방울들은

드넓은 대지를 가로지르며 움직이네,

초원의 풀밭과 우거진 나무들 위로,

산과 강 너머로.

 

그동안에도 기러기들은, 맑고 푸른 하늘을 높이 날아,

다시 집을 찾아 가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네 상상에 그 자체를 맡기며,

기러기처럼 네게 외치네, 격앙되고 거칠게 -

두 번 세 번 반복해 말하네,

세상 모든 것들 속에 너의 자리가 있음을.

(번역 / 필자)

 

 

1986년에 발표된 메리 올리버의 이 시는 널리 애송되는 시이다. 한때 미국 대학 기숙사의 벽에 가장 많이 붙어 있었던 시라고도 말해진다.

 

올리버는 그녀 특유의 감성적인 언어로 인간의 외로움과 좌절감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는 절망에 관한 시가 아니다.

 

무심한 듯 보이는 자연 속에 인간은 외롭고 힘없게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들 각자는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것들 속에 자신의 굳건한 자리' (your place in the family of things)가 있다고 시인은 위로하며, 용기를 북돋우고 있다.

 

첫째 연에서,

 

'넌 반드시 착할 필요는 없어.

무릎으로 기어갈 필요도 없어

참회하며, 백 마일도 넘는 사막 길을,'

 

이라고 하였다. 시인은 시를 읽는 독자인 '너' (you)에게 말하고 있다.

 

삶에 있어 도덕적 의무감과 죄의식으로 자신을 지나치게 학대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인간은 쉽게 상처받고 절망에 빠지는 여리고 약한 존재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비추어 항상 자신이 충분히 '착하지' (good) 못하다고 절망하며, 끊임없이 참회하며 자학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사는 것은 바른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고 시인은 시사한다. 인간이 절망하는 그러한 문제들이 자연과 우주의 질서라는 차원에서 보면 너무나 하찮기 때문이다.

 

'그냥 네 몸의 여린 동물이

사랑하는 걸 사랑하게 내버려 두면 돼.'

(You only have to let the soft animal of your body

love what it loves.)

 

라고 하였다. 시인은 자학하는 대신, 본능이 원하는 대로 사랑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몸속의 '여린 동물' (soft animal)은 연약함과 부드러움을 상징한다. 유혹에 빠져, 쉽게 잘못을 저지르는 인간의 나약함을 상징하는 한편, 자신의 마음을 열고 남을 사랑할 수 있는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아울러 상징하고 있다.

 

억지로 착하려고 하거나, 참회하며 자학하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훨씬 더 가치가 있다고 시인은 보았다. 그것이 또한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면서 사는 참다운 삶이라고 보았다.

 

둘째 연에서,

 

인간은 '부드러운 동물' (soft animal)이기 때문에 남의 불행에 공감하며, 함께 슬퍼할 수 있다. 시인은 절망을 서로 이야기해 보자고 말하고 있다.

 

서로가 절망을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에, 그들의 절망과는 무관하게,

 

'세상은 돌고 있고' (the world goes on),

'해와 빗방울은 대지 속에 움직이고',

'기러기들은 다시 집을 찾아가고 있다' (heading home again)

 

라고 하였다. '그동안에도' (meanwhile)를 세 번을 반복하며, 인간의 '하찮은' 근심에 자연이 무관심함을 강조하고 있다.

 

다시 집을 찾는 기러기들은 끊임없이 순환하고 재생되는 자연세계를 상징하고 있다.

 

영원히 계속되는 자연과 우주의 큰 질서 속에 인간은 미약할 뿐이다. 하지만 시인은 비관적이지 않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네 상상에 그 자체를 맡기며,'

(Whoever you are, no matter how lonely,

the world offers itself to your imagination,)

 

라고 하였다. 인간은 미약하고 외로운 존재일지 모르나, 사랑할 수 있고, 세상을 변경시킬 수 있는 '상상력' (imagination)을 가지고 있다.

 

의인화한 '세상' (the world)의 입을 빌려, 시인은 말하고 있다.

 

'기러기처럼 네게 외치네, 격앙되고 거칠게 -

두 번 세 번 반복해 말하네,

세상 모든 것들 속에 너의 자리가 있음을.'

(calls to you like the wild geese, harsh and exciting –

over and over announcing your place

in the family of things.)

 

이라고 하였다. 인간 사회가 만든 억압적 규범에 속박되어, 자학하거나 절망하지 말고, 대자연의 품 안에서 조화롭고 행복한 삶을 찾으라고 시사하고 있다.

 

 

표제 그림은 스웨덴 화가 브루노 릴레포르스(Bruno Liljefors, 1860-1939)의 "기러기" (Wild geese, 1907)이다.

 

 

Wild geese

 

By Mary Oliver

 

You do not have to be good.

You do not have to walk on your knees

for a hundred miles through the desert repenting.

You only have to let the soft animal of your body

love what it loves.

 

Tell me about despair, yours, and I will tell you mine.

Meanwhile the world goes on.

Meanwhile the sun and the clear pebbles of the rain

are moving across the landscapes,

over the prairies and the deep trees,

the mountains and the rivers.

 

Meanwhile the wild geese, high in the clean blue air,

are heading home again.

Whoever you are, no matter how lonely,

the world offers itself to your imagination,

calls to you like the wild geese, harsh and exciting –

over and over announcing your place

in the family of thi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