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레이먼드 카버
한참 이른 시간이라 바깥은 여전히 캄캄하다.
난 커피를 들고 창문 가에 있었고,
이른 아침에 늘 갖는 그 흔한 생각 속에 있을 때,
소년과 그의 친구가
신문을 배달하기 위해
길을 올라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스웨터에 모자를 쓰고,
한 소년은 그의 어깨에 가방을 울러매었다.
그들은 매우 행복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소년은.
만약 할 수 있다면, 그들은 아마
서로의 팔을 잡았을 것이라고 난 생각했다.
이른 아침이었고,
그들은 그 일을 함께 하고 있었다.
그들은 천천히 다가왔다.
하늘은 밝아오기 시작했고,
하지만 달은 여전히 물 위에 희미하게 떠 있다.
너무도 아름다워, 한순간 죽음, 열망, 심지어 사랑마저
여기에 들어올 틈이 없다.
행복. 예기치 않게
다가온다. 진실로, 그에 관한 어떤 이른 아침의 이야기도
필요로 하지 않고.
(번역 / 필자)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 1938-88)는 미국의 단편소설 작가이며 시인이다.
그의 단순하고 간결한 미니멀리즘 경향의 단편 소설은 1980년대 미국 문학에 단편소설의 르네상스를 가져오는데 기여했고, 한국에도 광범위한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카버는 1977년 그의 단편소설을 모은 책 "제발 좀 조용히 해 줄래요, 제발" (Will you please be quiet, please)로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 수상 후보에 올랐고,
1984년 그의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되는 단편소설집 "대성당" (Cathedral)으로 소설 부문 퓰리처상 수상 후보에 올랐으며,
오 헨리 상(O. Henry Award)을 다섯 차례(1972년, 1974년, 1975년, 1983년, 1988년) 수상하였다.
1993년에는 카버의 아홉 개의 단편소설과 한 개의 시를 소재로 만든 영화 "숏 컷" (Short Cuts)이 만들어졌다. 이 영화로 로버트 올트먼(Robert Altman) 감독은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카버의 단편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하였으며, 그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카버의 1981년 단편소설 "작지만, 도움이 되는" (A small, good thing)에서 이 제목을 '쇼캇코' (小確幸, 小さいけれど確かな幸福 / 소확행)로 번역하여, 그의 수필집 "랑겔한스 섬의 오후 (1986)" 에 썼다.
일본에 이 말을 유행시켰을 뿐만 아니라, '작고 소소한 행복' 이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퍼졌다.
이 시에서도 '작고 소소한 행복' 을 다루고 있다.
시인은 아직 이른 아침이라 어두운 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두 소년이 신문을 배달하러 오고 있다. 둘은 매우 행복하고, 그걸 나타내기 위해 서로 말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시인에게 보였다.
그들은 일을 함께 하면서 천천히 걸어오는데, 시인은 그 주위에 마치 행복의 후광을 보는 것처럼 느낀다.
달은 여전히 물 위에 희미하게 떠 있지만 해가 떠오르려는 하늘은 밝아오고 있다.
시인은 매일 반복되는 이 일상의 단순함에서 '예기치 않게' (unexpectedly) 행복을 발견한다.
이른 아침에 커피를 들고, 평소에 늘 하던 생각을 하며 창문 밖을 보는 것은 매일 반복되는 것이고 새롭고 특별한 일이 아니다.
두 소년이 말없이 자기 일에 만족하며 신문을 돌리는 것도 일상의 일이다.
하지만 시인은 이러한 일상의 단순함, 서로 말조차 필요 없는 두 소년의 소박한 행동에서 뜻밖의 깊고 장엄한 행복의 한순간을 보고 있다.
이 '한순간' (for a minute)은 너무나 아름다워, 죽음, 열망(ambition), 심지어 사랑까지 여기에 들어올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시인은 아마 이 순간을 말로써, 시로써 좀 더 상세히 표현하고 싶어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행복의 순간은 그냥 주어진 '상태' 이지, 세밀하게 관찰되거나, 분석되거나, 대화로 이야기되거나, 토론될 그런 '상황' 은 아니다.
죽음, 열망, 사랑과 같은 거창한 주제가 필요 없는, 평소에 간과하기 쉬운 '작고 소소한 행복' 일뿐이다.
예기치 않게 다가올 뿐만 아니라, 이른 아침에 우린 얼마나 '행복' 한가라고 확인할 필요도 없는 그런 행복이다.
카버는 이 행복을 장황하게 표현하지 않고, 그 특유의 '미니멀리즘' 에 충실하게, 극적인 반전이나 클라이맥스가 없이 담담히 서술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일상의 행복을 더욱 인상 깊게 전달해 오고 있다.
더 나아가, 이 일상의 단순함에서 우러나오는 행복에 대한 고마움이, 지난날 무심코 넘겨버린 많은 순간들에 대한 일말의 슬픔과 함께, 가슴에 깊이 와닿고 있다.
※ 표제 그림은 미국 화가 프랭크 웨스턴 벤슨(Frank Weston Benson, 1862-1951)의 "두 소년" (Two Boys, 1926)이다.
Happiness
By Raymond Carver
So early it's still almost dark out.
I'm near the window with coffee,
and the usual early morning stuff
that passes for thought.
When I see the boy and his friend
walking up the road
to deliver the newspaper.
They wear caps and sweaters,
and one boy has a bag over his shoulder.
They are so happy
they aren't saying anything, these boys.
I think if they could, they would take
each other's arm.
It's early in the morning,
and they are doing this thing together.
They come on, slowly.
The sky is taking on light,
though the moon still hangs pale over the water.
Such beauty that for a minute
death and ambition, even love,
doesn't enter into this.
Happiness. It comes on
unexpectedly. And goes beyond, really,
any early morning talk about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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