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영시 (11-1) 실비아 플라스 / 미친 소녀의 사랑 노래 Mad girl's love song
미친 소녀의 사랑 노래

실비아 플라스
"눈을 감으니 온 세상이 죽어 떨어지네.
눈꺼풀을 떠올리니 모든 것이 다시 살아나네.
(당신은 내 머릿속의 허상이야.)
별들은 푸르고 붉게 춤추어 나가고,
새까만 어둠이 제멋대로 밀려 들어오네.
눈을 감으니 온 세상이 죽어 떨어지네.
내 꿈속에서 당신은 날 침대 속으로 유혹했고,
노래를 불러 매혹시켰으며, 키스하여 미치게 하였네.
(당신은 내 머릿속의 허상이야.)
신은 하늘에서 떨어지고, 지옥불은 꺼져가네.
천사들과 악마의 남자들도 퇴장하네.
눈을 감으니 온 세상이 죽어 떨어지네.
당신이 말했던 대로 돌아올 거라고 믿었어.
하지만 나는 늙어가고 당신의 이름은 잊혀 가네.
(당신은 내 머릿속의 허상이야.)
차라리 전설의 천둥새를 사랑했어야 했어.
적어도 천둥새는 봄이 되면 다시 힘차게 날아 돌아올 테니.
눈을 감으니 온 세상이 죽어 떨어지네.
(당신은 내 머릿속의 허상이야)"
(번역 / 필자)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 1932-63)는 미국 시인, 소설가, 단편소설 작가이다. 1982년 사후(posthumous) 퓰리처상을 받았다. 사후 시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한 네 번째 사례이다.
영국의 계관시인 테드 휴스(Ted Hughes)와의 사랑과 결혼, 그리고 비극적인 그녀의 자살은 잘 알려져 있다.
그녀는 8살에 시를 출간하고, 고교 때 시와 단편 소설이 신문과 잡지에 게재될 정도로 탁월하였으며, 대학(Smith College)을 장학생으로 입학하였다.
하지만 30세에 자살할 때까지 내내 신경 쇠약과 우울증을 앓았으며 1953년 대학 시절 첫 자살 시도에 이어 수차례 그런 충동을 겪었다.
21살 대학 시절에 쓴 이 시는 사랑, 이별, 지켜지지 않은 약속, 환각, 정신 이상, 종교적 믿음 등을 다루고 있다.
제목 '미친 소녀의 사랑 노래' (Mad girl's love song)에서,
'미친' (mad)을 언급한 것은, 시인이 현실과 환각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음을 나타낸다. 그녀가 버림받았다고 하는 사랑도 실재인지 상상인지 혼란스럽다.
시인의 연인은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made you up inside of my head) 허상인 것 같으며,
시인의 사랑도 눈을 감으면 '모든 것이 사라지는' (all the world drops dead) 상상 속의 사랑일까 봐 두려워 하고 있다.
첫째 연에서,
'눈을 감으니 온 세상이 죽어 떨어지네.
눈꺼풀을 떠올리니 모든 것이 다시 살아나네.
(당신은 내 머릿속의 허상이야.)'
라고 하였다.
이 시의 중심 모티프인 첫째 행과 둘째 행은 후렴구처럼 각각 네번 반복되고 있다.
'눈을 감으니 온 세상이 죽어 떨어지네'
(I shut my eyes and all the world drops dead)
는 둘째, 넷째, 여섯째 연에서,
'당신은 내 머릿속의 허상이야'
(I made you up inside of my head),
는 셋째, 다섯째, 여섯째 연에서 반복되고 있다. '미친' (mad) 이미지를 은연 중에 부각시키고 있다.
둘째 연에서,
'별들은 푸르고 붉게 춤추어 나가고,
새까만 어둠이 제멋대로 밀려 들어오네.'
라고 하였다.
별들이 '붉고 푸르게' (in blue and red)
'왈츠를 추고 나가며' (go waltzing out),
'어둠' (blackness)이 '제멋대로' (arbitrary)
'밀려 들어오는' (gallops in) 것도 시인의 몽환적인 심경을 나타낸다.
셋째 연에서,
'내 꿈속에서 당신은 날 침대 속으로 유혹했고,
노래를 불러 매혹시켰으며, 키스하여 미치게 하였네.'
라고 하였다.
연인이 그녀를
'침대 속으로 유혹하고' (bewitched me into bed),
'노래를 불러 매혹시키고' (sung me moon-struck),
'키스하여 미치게 하는' (kissed me quite insane)
것을 상상하고 있다.
'유혹하고' (bewitched)의 'bewitched' 는 '마법을 걸다' 의 뜻이며,
'매혹시키고' (moon-struck)의 'moon-struck' 은 '달빛에 홀린' 의 뜻이며,
'미친' (insane)과 함께 시인이 제 정신이 아닌 도취와 황홀경에 있음을 나타낸다.
시인이 몽환적이기 때문에 실제 일어났던 일인지 꿈속의 일인지 분명하지 않다.
넷째 연에서,
'신은 하늘에서 떨어지고, 지옥불은 꺼져가네.
천사들과 악마의 남자들도 퇴장하네.'
(God topples from the sky, hell's fires fade:
Exit seraphim and Satan's men:)
라고 하였다.
'신' (God)과 '지옥불' (hell's fires)의 상징은 그간 자신을 받쳐주던 종교적 믿음마저 와해되었음을 암시한다.
'천사' (seraphim)와 '악마의 남자들' (Satan's men)이 '퇴장' (exit)하는 것은, 자신을 괴롭히던 남자와 결별하는 것으로, 연인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있다.
다섯째 연에서,
'당신이 말했던 대로 돌아올 거라고 믿었어.
하지만 나는 늙어가고 당신의 이름은 잊혀 가네.'
(I fancied you'd return the way you said,
But I grow old and I forget your name.)
라고 하였다. 약속을 저버린 남자에 대한 믿음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
여섯째 연에서,
'차라리 전설의 천둥새를 사랑했어야 했어.
적어도 천둥새는 봄이 되면 다시 힘차게 날아 돌아올 테니.'
(I should have loved a thunderbird instead;
At least when spring comes they roar back again.)
라고 하였다.
천둥새(thunderbird)는 전설상의 새이며 실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상상으로 연결된다.
시 전체가 따옴표에 들어간 것도 꿈이고 상상이라는 느낌을 보태고 있다.
시인은 자신이 버림받은 사랑의 아픔을 덜기 위해, 자신을 지속적으로 현실로부터 격리시키고, 현실을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면 그것 때문에, 오히려 시인의 절망과 외로움은 더 강하게 부각되고 있다.
※ 표제 사진은 기네스 펠트로(Gwyneth Paltrow)가 주연한 영화 "실비아" (Sylvia, 2003)의 포스터이다.
Mad girl's love song
By Sylvia Plath
"I shut my eyes and all the world drops dead;
I lift my lids and all is born again.
(I think I made you up inside of my head.)
The stars go waltzing out in blue and red,
And arbitrary blackness gallops in:
I shut my eyes and all the world drops dead.
I dreamed that you bewitched me into bed
And sung me moon-struck, kissed me quite insane.
(I think I made you up inside my head.)
God topples from the sky, hell's fires fade:
Exit seraphim and Satan's men:
I shut my eyes and all the world drops dead.
I fancied you'd return the way you said,
But I grow old and I forget your name.
(I think I made you up inside my head.)
I should have loved a thunderbird instead;
At least when spring comes they roar back again.
I shut my eyes and all the world drops dead.
(I think I made you up inside my h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