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영시 (11-7) 실비아 플라스 / 아빠 Daddy
아빠

실비아 플라스
당신은 이제 더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못 해요, 검은 구두
난 그 안에 발처럼 살았어요
삼십 년이나, 가엾게, 하얗게 질려,
숨 쉬는 것도 기침도 함부로 못하면서.
아빠, 난 당신을 죽여야 했어요.
그러기 전에 당신은 죽었지만 -
대리석처럼 무겁고, 신성함으로 가득 찬 자루,
끔찍한 조각상, 잿빛 발가락 하나가
샌프란시스코 물개만큼 크고
머리는 변덕스러운 대서양 속에 있으면서
아름다운 나셋 해변의 푸른 앞바다에
강낭콩 같은 초록빛을 쏟아내네요.
난 당신을 되찾으려고 기도하곤 했어요.
아, 당신.
독일어로, 폴란드 마을에서
전쟁, 전쟁, 전쟁의
포화 속에 납작하게 파괴된.
그 마을의 이름은 흔했어요.
내 폴란드 친구가
말하길 스무 개는 될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난 당신이 어디에 발을 딛고
뿌리를 내렸는지 결코 말할 수 없었고,
당신에게 말을 걸 수도 없었어요.
혀가 목 안에 잠겼어요.
혀는 가시철조망의 덫에 걸렸어요.
나, 나, 나, 나,
난 거의 말할 수가 없었어요.
난 독일 사람은 모두 당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음란한 언어
기차, 기차
날 유대인처럼 실어 나르는
다하우, 아우슈비츠, 벨젠으로.
난 유대인처럼 말하기 시작했어요.
난 아마 유대인일지도 몰라요.
티롤의 눈, 비엔나의 맑은 맥주는
아주 순수한 것도 진짜도 아니에요.
내 집시 혈통과 기이한 운명
내 타로 카드, 내 타로 카드를 볼 때
난 아마 조금은 유대인일 거예요.
난 당신이 늘 두려웠어요.
독일 공군 같은 당신, 고압적인 말투.
잘 다듬은 콧수염
아리안 혈통의 밝고 푸른 눈.
기갑부대 병사, 기갑부대 병사, 아, 당신 -
신이 아니라 나치 스와스티카의 십자 문장이
너무 검게 위를 덮어 하늘을 볼 수 없어요.
모든 여자들이 파시스트를 숭배하지요,
얼굴을 짓밟는 장화, 짐승
당신 같은 짐승의 짐승 같은 심장을.
당신은 검은 칠판 앞에 섰어요, 아빠,
내가 가진 사진 속에서,
발이 아니라 턱이 갈라졌지만
악마인 것은 틀림없어요,
내 예쁜 붉은 심장을 물어 둘로 찢은
더할 나위 없는 검은 남자였어요.
내가 열 살 때 그들은 당신을 묻었어요.
스무 살 때 난 죽으려고 했어요
당신에게 돌아가려고, 가려고, 가려고 했어요.
단지 뼈만이라도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들은 날 침대에서 끌어내,
접착제로 꼼짝할 수 없게 만들었어요.
그때 난 뭘 해야 할지 알았어요.
난 당신과 같은 사람을 찾았어요,
"나의 투쟁" 결의가 얼굴에 가득 차고
검은 제복에 고문 형틀을 사랑하는.
그리고 난 동의합니다, 합니다, 라고 말했어요.
그래요 아빠, 난 마침내 끝냈어요.
검은 전화기는 뿌리째 뽑혔고,
목소리는 더 이상 벌레처럼 기어 나올 수 없어요.
만일 내가 한 남자를 죽였다면, 둘을 죽인 셈이에요 -
자기가 아빠라고 하며 내 피를
일 년 동안 빨아 마신 흡혈귀,
아니 칠 년이에요, 당신이 정확하길 원하면.
아빠, 이제 다시 누워도 돼요.
당신의 살찐 검은 심장에 말뚝이 박혔어요.
마을 사람들은 당신을 좋아한 적이 없었어요.
그들은 춤추고 당신을 짓밟고 있어요.
그들은 줄곧 알고 있었어요, 당신이라는 사람을.
아빠, 아빠, 가증스러워요1, 난 이제 끝냈어요.
(번역 / 필자)
실비아 플라스는 정신적으로 쉽지 않은 삶을 살았다. 그녀의 시 곳곳에서 그런 흔적을 볼 수 있으며, 특히 이 시 "아빠" (Daddy)에서는 그녀 고통의 뿌리와 그 감정의 골이 무척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시는 그녀의 아버지가 죽은 후 그의 죽음에 대해 쓰고 있다. 하지만 죽음을 슬퍼하고, 생전의 좋았던 기억을 회상하며, 그리워하는 흔히 접하는 그런 글이 아니다.
오히려 아버지로 인해 억눌렸던 그녀의 감정과 그녀의 뒤틀린 인생이 마침내 풀려났다는 안도감을 표현하고 있다. 이 시에서 그러한 감정의 배경과 이유를 매우 상세히 적고 있다.
시인은 시에서 아버지를 여러 면에서 특이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는 한편으론 그녀가 갇혀 지냈던 '검은 구두' (black shoe)였고, '흡혈귀' (vampire), '파시스트'(Fascist), 그리고 '나치 독일 군인' (panzer-man)이었다.
그의 생전뿐만 아니라, 죽은 뒤에도 오랫동안, 그의 영향력과 기억은 그녀를 속박하고 괴롭혔으며, 그녀는 거기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녀는 그를 최종적으로 '죽임' 으로써, 마침내 아버지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이 '죽임' 은 물리적 죽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 아버지의 실제적 죽음은 그녀가 겪고 있는 아버지/딸 간의 심리적 억압 상태를 해결하지 못하였으며, 그녀의 정신적 자유는 아버지의 사후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아버지를 대리하는 역할인 남편과의 관계를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첫째 연에서,
'당신은 이제 더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못 해요, 검은 구두
난 그 안에 발처럼 살았어요
삼십 년이나, 가엾게, 하얗게 질려,
숨 쉬는 것도 기침도 함부로 못하면서.'
라고 하였다.
'당신은 이제 더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못 해요'
(You do not do, you do not do
Any more)
라고 말하고 있다. 아버지가 죽었음을 말하고 있다.
그러곤 시인은 아버지를 '검은 구두' 에 비유하고 있다. 그 속에 자신은 30년을 '발처럼' (lived like a foot) 갇혀 살았다고 한다.
'가엾게' (poor),
'하얗게 질려' (white),
'숨 쉬는 것도 기침도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barely daring to breathe or Achoo)
억압된 삶이라고 말하고 있다.
둘째 연에서,
'아빠, 난 당신을 죽여야 했어요.
그러기 전에 당신은 죽었지만 -
대리석처럼 무겁고, 신성함으로 가득 찬 자루,
끔찍한 조각상, 잿빛 발가락 하나가
샌프란시스코 물개만큼 크고'
라고 하였다.
시인은 아버지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아버지를 죽여야 한다고 생각할 만큼 절박한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 아버지가 일찍 죽었기 때문에 그녀의 생각은 실현될 필요가 없었다.
아버지는 그녀에게 위압적이고 두려운 존재이다.
'대리석처럼 무겁고' (marble-heavy),
'신으로 가득 찬 가방이며' (a bag full of God),
'발가락이 물개만큼 큰 흉측한 조각상' (ghastly statue with one grey toe)
으로 표현했다.
셋째 연에서,
'머리는 변덕스러운 대서양 속에 있으면서
아름다운 나셋 해변의 푸른 앞바다에
강낭콩 같은 초록빛을 쏟아내네요.
난 당신을 되찾으려고 기도하곤 했어요.
아, 당신.'
이라고 하였다.
시인은 아버지를 '되찾으려고' (to recover) 기도했다고 한다. '아, 당신' (Ach, du)이라고 말하며,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시사하고 있다.
'아, 당신' (Ach, du)은 독일어이고 영어로 'O You' 이다. 9연에서는 영어로 말하고 있다.
독일어 'Ach, du' 는 가족 간 친밀한 관계에서.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면, 9연의 'O You' 에서는 '전형적인 독일인' 으로서의 아버지에 대한 경멸이 담겨 있다.
넷째, 다섯째 연에서,
'독일어로, 폴란드 마을에서
전쟁, 전쟁, 전쟁의
포화 속에 납작하게 파괴된.
그 마을의 이름은 흔했어요.
내 폴란드 친구가
말하길 스무 개는 될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난 당신이 어디에 발을 딛고
뿌리를 내렸는지 결코 말할 수 없었고,
당신에게 말을 걸 수도 없었어요.
혀가 목 안에 잠겼어요.'
라고 하였다.
전쟁으로 파괴된 독일어가 통하는 폴란드 마을을 언급하고 있다.
아버지가 있었던 곳을 암시하나 마을 이름이 워낙 흔하기 때문에, 시인은 아버지의 출생과 살아온 배경에 대해 알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고 한다.
여섯째 연에서,
'혀는 가시철조망의 덫에 걸렸어요.
나, 나, 나, 나,
난 거의 말할 수가 없었어요.
난 독일 사람은 모두 당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음란한 언어'
라고 하였다.
시인은 혀가 가시 철망에 걸려 거의 말할 수가 없다. '나, 나, 나, 나' (Ich, ich, ich, ich)라고 하며 말을 더듬고 있다. '이히' (ich) 는 독일어로 'I' 이다.
가시 철망에 걸려 말할 수가 없기도 하고, 독일어가 서툴러서, '나' (ich)만 반복하고 있다. 한편 'ich' 는 영어로 '이크' 로 불쾌한 감정을 나타낸다.
시인은 모든 독일 사람들은 아버지와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독일어가 '음란하고 외설적인 언어' (the language obscene)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에 대해 가까운 감정과 깊은 정이 생기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독일어가 유창한 아버지는 독일인과 다르지 않게 보이고, 본인이 서투르고 잘 이해되지 않는 독일어는 불쾌하고 '음란하다' (obscene)라고 표현했다.
일곱째 연에서,
'기차, 기차
날 유대인처럼 실어 나르는
다하우, 아우슈비츠, 벨젠으로.
난 유대인처럼 말하기 시작했어요.
난 아마 유대인일지도 몰라요.'
라고 하였다.
시인은 아버지에게 위압되고 있는 자신을 독일인에게 박해받는 '유대인' (Jew)에 비유하고 있다.
'기차' (engine)를 타고 다하우(Dachau), 아우슈비츠(Auschwitz), 벨젠 (Belsen) 등 유대인 강제수용소를 방문한 것을 유대인의 경험과 동일시하고 있다.
자신의 독일어가 미숙한 것을 나치 밑에서 표현의 자유를 박탈당한 유대인에 비유하고 있다.
자신이 '유대인처럼 자유롭게 말하지 못한다' (I began to talk like a Jew)라고 하면서, 실제로 자신이 '유대인일지도 모른다' (I may well be a Jew)라고 생각한다.
여덟째 연에서,
'티롤의 눈, 비엔나의 맑은 맥주는
아주 순수한 것도 진짜도 아니에요.
내 집시 혈통과 기이한 운명
내 타로 카드, 내 타로 카드를 볼 때
난 아마 조금은 유대인일 거예요.'
라고 하였다.
티롤(Tyrol) 지방의 눈, 비엔나(Vienna)의 '맑은 맥주' (clear beer)가 '아주 순수하지도, 진짜도 아니다' (not very pure or true)라고 언급한다.
나치의 '아리안족' (Aryan) 순혈주의를 빗대어 말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자신과 유대인과의 연관 가능성에 대해 계속 말하고 있다.
'집시 선조' (my gypsy ancestress),
'이상한 행운' (my weird luck),
'타로 카드 점술에 대한 흥미' (my Taroc pack and my Taroc pack)
등을 언급하며 '자신의 일부는 유대인일지 모른다' (I may be a bit of a Jew)라고 말한다.
아홉째 연에서,
'난 당신이 늘 두려웠어요.
독일 공군 같은 당신, 고압적인 말투.
잘 다듬은 콧수염
아리안 혈통의 밝고 푸른 눈.
기갑부대 병사, 기갑부대 병사, 아, 당신 -'
라고 하였다.
시인은 독일인으로서의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을 말한다.
'독일 공군' (Luftwaffe),
'관료적인 이해하기 힘든 언어' (gobbledygoo),
'말쑥한 콧수염' (your neat moustache),
'푸른 아리안족 눈' (your Aryan eye),
'기갑부대 병사' (panzer-man)
같은 특징들이 그녀와 아버지 사이에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아, 당신' (O You)이라고 하면서 3연의 '아, 당신' (Ach, du)과는 달리 경멸감을 담고 있다.
영어의 'you' 는 높임말인 '당신' 과 가족 간 친밀하게 말하는 '너' 모두에 쓰이나, 독일어에서는 경칭인 '당신' (Sie)과 친밀한 말인 '너' (du)가 구분된다.
열째 연에서,
'신이 아니라 나치 스와스티카의 십자 문장이
너무 검게 위를 덮어 하늘을 볼 수 없어요.
모든 여자들이 파시스트를 숭배하지요,
얼굴을 짓밟는 장화, 짐승
당신 같은 짐승의 짐승 같은 심장을.'
라고 하였다.
나치의 힘이 강력해져, '하느님의 십자가가 아닌 나치의 십자 문장이' (not God but a swastika) 온 하늘을 덮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스와스티카' (swastika)는 나치의 문장으로, 만(卍)자 모양이다.
여자들은 그녀의 아버지와 같은,
'잔인한 심장을 가진 짐승' (brute heart of a brute),
'장화로 얼굴을 짓밟는' (the boot in the face) 폭력을 행사하는,
나치 '파시스트' (Fascist)를
'숭배한다' (adores)라고 시인은 말한다.
제11-12연에서,
'당신은 검은 칠판 앞에 섰어요, 아빠,
내가 가진 사진 속에서,
발이 아니라 턱이 갈라졌지만
악마인 것은 틀림없어요,
내 예쁜 붉은 심장을 물어 둘로 찢은
더할 나위 없는 검은 남자였어요.
내가 열 살 때 그들은 당신을 묻었어요.
스무 살 때 난 죽으려고 했어요
당신에게 돌아가려고, 가려고, 가려고 했어요.
단지 뼈만이라도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라고 하였다.
시인은 아버지를 악마에 비유하고 있다.
'발이 아닌 턱이 갈라졌지만' (a cleft in your chin instead of your foot),
'악마에 틀림없고' (no less a devil),
'자신의 예쁜 붉은 가슴' (my pretty red heart)을
찢어 놓은 악당인 '검은 남자' (black man)
라고 말하고 있다.
악마는 발이 갈라져 있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열 살 때 시인의 아버지가 죽었고, 스무 살 때 시인은 죽은 아버지를 '따라가기 위해' (get back, back, back to you) 자살을 시도한다. 세 차례에 걸쳐 자살을 시도했기 때문에, 'back' 을 3번 반복하였다.
제13-14연에서,
'하지만 그들은 날 침대에서 끌어내,
접착제로 꼼짝할 수 없게 만들었어요.
그때 난 뭘 해야 할지 알았어요.
난 당신과 같은 사람을 찾았어요,
"나의 투쟁" 결의가 얼굴에 가득 차고
검은 제복에 고문 형틀을 사랑하는.
그리고 난 동의합니다, 합니다, 라고 말했어요.
그래요 아빠, 난 마침내 끝냈어요.
검은 전화기는 뿌리째 뽑혔고,
목소리는 더 이상 벌레처럼 기어 나올 수 없어요.'
라고 하였다.
자살은 실패하고, 그녀가 깨달은 것은 아버지를 따라 죽는 대신, 아버지와 같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겠다는 것이다.
그녀가 찾는 아버지의 이미지는,
히틀러가 쓴 책 '나의 투쟁' (Mein Kampf)에 담겨 있는 나치의 이데올로기에 충실하며,
'검은 제복' (in black)에,
'고문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a love of the rack and the screw)
그런 사람이다. 가부장적 권위주의의 사람을 상징한다.
그녀는 그런 사람이면 '결혼하겠다' (And I said I do, I do)라고 한다.
'동의합니다, 합니다' (I do, I do)는 서양 결혼식에서 목사가 신부에게 'A를 법적 남편으로 맞아들이겠습니까?' (Do you take A for your lawful husband?) 라고 묻는 데 대한 대답으로 통상 '예' (I do)라고 대답하는 것을 인용했다.
아버지를 대체할 사람을 구함으로써, 죽은 아버지와의 관계가 '마침내 끝났다' (So daddy, I'm finally through)라고 말하고 있다.
그녀와 아버지를 잇는 '검은 전화기는 뿌리째 뽑혔고' (the black telephone's off at the root), 더 이상 땅속에서 목소리가 그녀에게 전해지지 않는다고 했다.
아버지가 죽은 후에도 계속해서 아버지가 남긴 심리적 고통의 후유증으로 그녀가 괴로워하였음을 시사한다.
제15연에서,
'만일 내가 한 남자를 죽였다면, 둘을 죽인 셈이에요 -
자기가 아빠라고 하며 내 피를
일 년 동안 빨아 마신 흡혈귀,
아니 칠 년이에요, 당신이 정확하길 원하면.
아빠, 이제 다시 누워도 돼요.'
라고 하였다.
그녀는 '한 남자를 죽였다면, 둘을 죽인 셈이다' (If I've killed one man, I've killed two)라고 말하고 있다.
앞에서 그녀는 아버지를 죽일 의사를 보였다. 비록 그전에 아버지가 죽었지만, 그녀는 아버지를 자신이 죽였다고 여기고 있다.
그녀가 언급한 두 번째 죽음은 그녀의 남편이다. 남편을 '칠 년간 자신의 피를 빨아마신 흡혈귀' (the vampire who drank my blood for seven years)에 비유했다.
시인은 아버지에게 '이제 다시 누워도 된다' (Daddy, you can lie back now)라고 말하고 있다. 그녀가 지금까지 아버지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마음을 정리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녀는 아버지를 대체하는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여전히 가부장적 권위주의와 남성 중심의 억압적 굴종을 느끼고 있다. 남편은 '자신을 그녀의 아버지라고 말하고' (who said he was you) 있다.
남편과의 관계에서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재확인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아버지에 대해 갖고 있던 환상과 고통스러운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제16연에서,
'당신의 살찐 검은 심장에 말뚝이 박혔어요.
마을 사람들은 당신을 좋아한 적이 없었어요.
그들은 춤추고 당신을 짓밟고 있어요.
그들은 줄곧 알고 있었어요, 당신이라는 사람을.
아빠, 아빠, 가증스러워요1, 난 이제 끝냈어요.'
라고 하였다.
아버지로부터 받는 고통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을 상징적으로 말하고 있다.
마치 흡혈귀를 죽이듯이 '아버지의 검은 심장에 말뚝이 박혀 있다' (There's a stake in your fat balck heart).
'마을 사람들은 아버지를 좋아한 적이 없었고' (the villagers never liked you),
'어떤 사람인지 항상 알고 있었기' (they always knew it was you)
때문에 그의 죽음을 기뻐하고 있다.
시인은 마침내 아버지와의 관계를 끝내고 있다.
'아빠, 아빠, 가증스러워요, 난 이제 끝냈어요.'
(Daddy, daddy, you bastard, I'm through.)
라고 하였다.
그가 죽은 지 오래되지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그녀를 계속 괴롭혔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녀가 수많은 노력을 했음을 시사한다.
아버지를 극복하고 새 출발을 하기 위해 그녀가 필요로 한 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자신의 심장을 찢어 놓은 '악마' (devil)이고 '짐승' (brute)임을 자신이 인정하는 것이다.
그의 모사본인 남편을 통해 재확인된 그의 '실상' 을 그녀가 인지하는 순간 그녀는 아버지의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가증스럽다' (you bastard)라고 말하고 있다.
1 '가증스러워요' (you bastard)는 의역이다. 직역은 '사생아' 이고, 보통 욕으로 '개자식, 망할 놈의 새끼' 정도의 뜻이다. 대부분의 번역에서 '개자식' 으로 번역되고 있다.
영어로 읽을 때도 'Daddy, daddy, you bastard' 는 강한 느낌이다. 시인이 그간 아버지로부터 겪었던 온갖 심적 고통이 이 'bastard' 에 응축되어 있음이 느껴진다. 아버지의 사랑을 갈망했던 딸이 사랑 대신 깊은 마음의 상처만 입고, 오래전에 죽은 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미련을 완전히 뿌리치지 못했던 애증의 감정이 느껴진다.
'bastard' 는 다른 비속어에 비해 비교적 온건한 욕이다. 상대방에 맞대 놓고 말하면 물론 심한 욕이다. 하지만 친한 사이에 제3자를 경멸적으로 가볍게 언급할 때도 쓰며, 혼잣말로 상대편에 대해 불쾌함을 표현하는 감탄사로도 종종 쓰인다. 남자 형제들 간에는 장난치며 애칭처럼 'you bastard' 라고 말하는 것도 들을 수 있다.
'아빠, 아빠, 이 개자식' 으로 번역한 것을 읽을 때는 딸의 애증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빠' 라는 애칭과 '개자식' 의 끔찍한 욕은 함께 붙여 말하기에는 아주 부자연스럽다.
시에서 아버지는 딸의 우상이기도 하다. 그가 죽고 10년 후에 딸은 그에게 가려고 자살까지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사람과 결혼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아버지에 대해 단순히 증오뿐만 아니라 매우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Daddy, daddy, you bastard' 에서는 그런 복잡한 감정이 느껴진다. 하지만 '아빠, 아빠, 이 개자식' 에는 그런 감정이 없다. 마치 성폭력을 당한 딸이 말하는 것을 듣는 느낌이다.
실비아 플라스가 16연의 긴 시를 통하여 아버지/딸의 애증, 사랑의 갈망, 좌절 등 복잡한 감정을 전하기 위해 애써 쌓아올린 시적 효과가 '아빠, 아빠, 이 개자식' 으로는 잘 이어지지 않는다.
※ 표제 그림은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54)의 "나의 아버지의 초상화" (Portrait of my father, 1951)이다.
Daddy
By Sylvia Plath
You do not do, you do not do
Any more, black shoe
In which I have lived like a foot
For thirty years, poor and white,
Barely daring to breathe or Achoo.
Daddy, I have had to kill you.
You died before I had time -
Marble-heavy, a bag full of God,
Ghastly statue with one gray toe
Big as a Frisco seal
And a head in the freakish Atlantic
Where it pours bean green over blue
In the waters off beautiful Nauset.
I used to pray to recover you.
Ach, du.
In the German tongue, in the Polish town
Scraped flat by the roller
Of wars, wars, wars.
But the name of the town is common.
My Polack friend
Says there are a dozen or two.
So I never could tell where you
Put your foot, your root,
I never could talk to you.
The tongue stuck in my jaw.
It stuck in a barb wire snare.
Ich, ich, ich, ich,
I could hardly speak.
I thought every German was you.
And the language obscene
An engine, an engine
Chuffing me off like a Jew.
A Jew to Dachau, Auschwitz, Belsen.
I began to talk like a Jew.
I think I may well be a Jew.
The snows of the Tyrol, the clear beer of Vienna
Are not very pure or true.
With my gipsy ancestress and my weird luck
And my Taroc pack and my Taroc pack
I may be a bit of a Jew.
I have always been scared of you,
With your Luftwaffe, your gobbledygoo.
And your neat mustache
And your Aryan eye, bright blue.
Panzer-man, panzer-man, O You -
Not God but a swastika
So black no sky could squeak through.
Every woman adores a Fascist,
The boot in the face, the brute
Brute heart of a brute like you.
You stand at the blackboard, daddy,
In the picture I have of you,
A cleft in your chin instead of your foot
But no less a devil for that, no not
Any less the black man who
Bit my pretty red heart in two.
I was ten when they buried you.
At twenty I tried to die
And get back, back, back to you.
I thought even the bones would do.
But they pulled me out of the sack,
And they stuck me together with glue.
And then I knew what to do.
I made a model of you,
A man in black with a Meinkampf look
And a love of the rack and the screw.
And I said I do, I do.
So daddy, I’m finally through.
The black telephone’s off at the root,
The voices just can’t worm through.
If I’ve killed one man, I’ve killed two -
The vampire who said he was you
And drank my blood for a year,
Seven years, if you want to know.
Daddy, you can lie back now.
There’s a stake in your fat black heart
And the villagers never liked you.
They are dancing and stamping on you.
They always knew it was you.
Daddy, daddy, you bastard, I’m throu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