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카버

짧은 영시 (77-8) 레이먼드 카버 / 슬픔 Grief

차일피일 2026. 2. 20. 09:45

슬픔

알베르트 앙커의 "노인과 커피 분쇄기" (Old man with coffee grinder, 1886)

 

 

레이먼드 카버

 
오늘 새벽에 일어나 침대에서
해협 저 멀리 건너편을 바라보니 작은 배가
파도치는 바다를 헤쳐 오는 것을 보았네,
등불을 하나 켠 채. 내 친구가 생각났네,
페루자의 언덕에서 죽은 아내의 이름을
외쳐 부르곤 했던. 그는 그녀가 죽은 지
오랜
후에도 그의 간단한 식탁에 그녀를 위해
접시를 놓았네. 그리고 그녀가 맑은 공기를
숨 쉬도록 창문을 열었네. 그러한 행동은
날 당혹스럽게 했네. 그의 다른 친구들도
그렇게 느꼈네. 난 그 의미를 알지 못했네.
오늘 아침이 될 때까지.
(번역 / 필자)
 
 
레이먼드 카버의 이 시는 '슬픔' (grief)에 관한 것이다. 친구가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며 행하는 당혹스러운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던 시인은 어느 날 아침 갑자기 그 슬픔의 깊이와 의미를 알게 된다.
 
어느 날 새벽 일찍 일어나, 침대에서 '파도치는 바다' (the choppy water) 위를 헤쳐 오는 '작은 배' (a small boat)를 보며, 시인에게 갑자기 친구 생각이 떠오른다.
 
그는 페루자(Perugia)의 언덕에서,
'죽은 아내의 이름을 외쳐 부르곤 했고' (who used to shout his dead wife’s name),
'그녀가 죽은 지 오랜 후에도' (long after she was gone),
'그녀를 위해 식탁에 접시를 놓으며' (Who set a plate for her at his simple table),
'그녀가 맑은 공기를 숨 쉬도록' (she could have fresh air) 창문을 열고 있다
 
라고 하였다.
 
그러한 행동을 시인과 다른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했고 '당혹스러워했다' (found embarrassing).
 
하지만 오늘 아침, 시인은 그 의미를 알 것 같다고 하였다. 그 또한 떠나간 연인을 생각하며 '깊은 슬픔' (grief)을 느꼈기 때문이다.
 
'난 그 의미를 알지 못했네.
오늘 아침이 될 때까지.'
(I couldn’t see it.
Not until this morning.)
 
라고 하였다.
 
 

표제 그림은 스위스 화가 알베르트 앙커(Albert Anker, 1831-1910)의 "노인과 커피 분쇄기" (Old man with coffee grinder, 1886)이다.
 

Grief

 
By Raymond Carver
 
Woke up early this morning and from my bed
looked far across the Strait to see
a small boat moving through the choppy water,
a single running light on. Remembered
my friend who used to shout
his dead wife’s name from the hilltops
around Perugia. Who set a plate
for her at his simple table long after
she was gone. And opened the windows
so she could have fresh air. Such display
I found embarrassing. So did his other
friends. I couldn’t see it.
Not until this mor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