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던

짧은 영시 (13-17) 존 던 / 장례식 The funeral

차일피일 2026. 2. 22. 12:40

장례식

존 에버렛 밀레이의 "단지 머리칼 한 타래" (Only a lock of hair, 1858)

 

존 던

 

 

내게 수의를 입히려 오는 그 누구든,

내 팔 위에 놓인 저 고운 머리칼 타래를

손상시키거나, 그 가치에 의문을 갖지 마라,

그 신비함, 그 표징을 넌 건드려서는 안 되네,

그건 바깥에 드러난 내 영혼이며,

천국으로 떠난 내 영혼의 총독이니.

그녀는 그걸 남겼네, 날 통제하고,

그녀의 영토인 내 육신이 소멸되지 않도록.

내 두뇌가 그 강인한 실을

 

온몸으로 내려보내,

육신을 묶어, 모두 하나가 되게 한다면,

이 머리칼은 위로 자라나며, 더 나은 두뇌로부터

힘과 기술을 받았기에,

그걸 더 잘 행할 수 있네, 다만 그녀는

그것으로 내 고통을 알기를 원했을 뿐이네,

죄수가 사형을 선고받아, 팔목에 수갑이 채워졌을 때처럼.

 

그녀가 무엇을 원했든지 간에, 그것을 나와 함께 묻어 주오,

난 사랑의 순교자이기에,

만약 이 유물이 다른 자들의 손에 들어갈 경우,

우상 숭배를 야기할지 모르니,

겸손함이

영혼이 제공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이라면,

이것은 용감한 행위이네,

네가 나의 어떤 것도 원하지 않기에, 내가 너의 일부분을 땅에 묻는 것은.

(번역 / 필자)

 

 

존 던의 이 시는 제목이 "장례식" (The funeral)이지만, 자신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내용이다.

 

자신이 죽었을 때 연인의 '머리칼 한 타래' (wreath of hair)를 함께 묻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머리칼 타래' (lock of hair)는 중세 이래 서양에서 여인이 그녀를 기억하는 징표로 연인에게 흔히 선물하곤 했다.

 

하지만 이 시에서는 연인의 머리칼을 단지 사랑의 징표로 무덤에 함께 묻어달라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신의 사랑을 저버린 연인에게 복수하는 심정으로 그녀 몸의 일부분을 자신과 함께 땅속에 묻기를 원하고 있다.

 

형이상학파 시인인 존 던 특유의 냉소적 풍자와 기지가 탁월한 시이다.

 

첫째 연(1-8행)에서,

 

내게 수의를 입히려 오는 그 누구든,

내 팔 위에 놓인 저 고운 머리칼 타래를

손상시키거나, 그 가치에 의문을 갖지 마라,

그 신비함, 그 표징을 넌 건드려서는 안 되네,

그건 바깥에 드러난 내 영혼이며,

천국으로 떠난 내 영혼의 총독이니.

그녀는 그걸 남겼네, 날 통제하고,

그녀의 영토인 내 육신이 소멸되지 않도록.

 

라고 하였다.

 

시인은 자신이 죽었을 때, 자기에게 '수의를 입히려는' (shroud me) 자에게 경고하고 있다.

 

자신의 '팔 위에 놓인' (crowns my arm),

'고운 머리칼 다발' (That subtle wreath of hair)에 대해,

 

'손상시키거나 의문을 갖지 말라고' (do not harm nor question) 하였다.

머리칼 타래 (lock of hair)

 

왜냐하면, 그 머리칼은 시인의 '겉으로 드러난 영혼' (my outward soul)이며, 천국으로 떠난 그의 영혼을 대행할 '총독' (Viceroy)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그 '신비함' (The mystery), 그 '징표' (the sign)에 감히 '손대지 말라고' (you must not touch) 하였다.

 

연인인 그녀가 그것을 시인에게 남긴 것은, 그녀의 '영토' (her provinces)나 마찬가지인 자신의 '육신' (these limbs)을 '통제하고' (control), 또한 '소멸' (dissolution)되지 않도록 보존하기 위함이라고 하였다.

 

첫째 연(9행), 둘째 연에서,

 

'내 두뇌가 그 강인한 실을

 

온몸으로 내려보내,

육신을 묶어, 모두 하나가 되게 한다면,

이 머리칼은 위로 자라나며, 더 나은 두뇌로부터

힘과 기술을 받았기에,

그걸 더 잘 행할 수 있네, 다만 그녀는

그것으로 내 고통을 알기를 원했을 뿐이네,

죄수가 사형을 선고받아, 팔목에 수갑이 채워졌을 때처럼.'

 

라고 하였다.

 

시인은 자신의 육신을 마치 '두뇌' (brain)로부터 온몸으로 뻗어나가는 신경 조직처럼 표현하고 있다.

 

'강인한 실' (the sinewy thread)로

'몸의 각 부분을 묶어' (tie those parts),

'전체를 하나로 통합한다' (make me one of all)

 

라고 하였다. 그런데, 연인은 시인보다 훨씬 더 그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위로 자라며' (upward grew),

'더 나은 두뇌에서 힘과 기술을 받았다' (strength and art have from a better brain)

 

라고 하여, 마치 천부적으로 그녀가 시인보다 더 뛰어난 것처럼 묘사하였다.

 

여기까지는 연인에 대한 예찬과 헌신적으로 숭배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이후 시인의 어조는 참담하고 냉소적으로 변하고 있다.

 

'다만 그녀는

그것으로 내 고통을 알기를 원했을 뿐이네,

죄수가 사형을 선고받아, 팔목에 수갑이 채워졌을 때처럼.'

(except she meant that

By this should know my pain,

As prisoners then are manacled, when they are condemned to die.)

 

라고 하였다.

 

시인이 간직한 연인의 머리칼이 두 사람의 행복한 순간들을 상기시키기보다는, 마치 사형 선고를 받은 죄수가 찬 수갑처럼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시인은 느끼고 있다.

 

셋째 연에서,

 

'그녀가 무엇을 원했든지 간에, 그것을 나와 함께 묻어 주오,

난 사랑의 순교자이기에,

만약 이 유물이 다른 자들의 손에 들어갈 경우,

우상 숭배를 야기할지 모르니,

겸손함이

영혼이 제공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이라면,

이것은 용감한 행위이네,

네가 나의 어떤 것도 원하지 않기에, 내가 너의 일부분을 땅에 묻는 것은.'

 

이라고 하였다.

 

시인은 연인이 선의든 악의든 그 어떤 의도로 머리칼을 주었든지 상관없이, 그것을 자신과 함께 묻어 달라고 하였다.

 

자신은 '사랑의 순교자' (Love's martyr)가 되기를 원하며,

이 '유물' (relics)이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갈 경우,

'우상 숭배' (idolatry)의 징표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영혼은 원래 온유한 '겸손함' (humility)을 지향하나, 시인은 연인에 대한 쓰라린 마음을 도저히 극복할 수가 없다.

 

그래서 시인은 '용감하게' (some bravery) 연인에게 보복하는 심정으로 말하고 있다.

 

'네가 나의 어떤 것도 원하지 않기에' (since you would have none of me),

'내가 너의 일부분을 묻는다' (I bury some of you)

 

라고 하였다.

 

그녀가 자신을 전혀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시인은 그녀의 몸의 일부를 죽어서까지 간직함으로써, 그녀가 자기에게 끼친 고통을 되돌려 주려고 하고 있다.

 

 

표제 그림은 영국 화가 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 1829-96)의 "단지 머리칼 한 타래" (Only a lock of hair, 1858)이다.

 

The funeral

 

John Donne

 

Whoever comes to shroud me, do not harm

Nor question much

That subtle wreath of hair, which crowns my arm;

The mystery, the sign you must not touch,

For 'tis my outward soul,

Viceroy to that, which then to heaven being gone.

Will leave this to control,

And keep these limbs, her provinces, from dissolution.

For if the sinewy thread my brain lets fall

 

Through every part,

Can tie those parts, and make me one of all;

These hairs which upward grew, and strength and art

Have from a better brain,

Can better do it, except she meant that

By this should know my pain,

As prisoners then are manacled, when they are condemned to die.

 

Whate'er she meant by it, bury it with me,

For since I am

Love's martyr, it might breed idolatry,

If into other's hands these relics came,

As 'twas humility

To afford to it all that a soul can do,

So, 'tis some bravery,

That since you would have none of me, I bury some of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