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디킨슨

짧은 영시 (1-2) 에밀리 디킨슨 / 내가 죽을 때 파리 소리를 들었다 I heard a Fly buzz - when I died

차일피일 2026. 2. 15. 10:15

내가 죽을 때 파리 소리를 들었다

 

 

에밀리 디킨슨

 

파리가 윙윙 나는 소리가 들렸다 - 내가 죽을 때 -

방 안의 고요함이

대기 속의 정적 같았다 -

폭풍이 일고 있는 한가운데의 -

 

내 주위의 눈들은 - 눈물이 메말랐고 -

숨결은 다부지게 굳어져 갔다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는 - 죽음의 제왕이

당도하는 - 방 안에 -

 

내 유품들을 - 서명하여 넘겼다

남아 있는 마지막 내 부분들을

양도할 수 있는 - 바로 그때

파리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

 

푸른색의 - 희미한 - 끊어질 듯한 윙윙거림 -

빛과 - 나 사이에 -

그러곤 창문마저 사라졌다 - 그러곤

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

(번역 / 필자)

 

 

에밀리 디킨슨의 이 시는 죽음을 소재로 다루었으며, 그녀의 가장 잘 알려진 시 중의 하나이다.

 

시인은 죽음의 병상에 있으며, 죽음 직전의 장면을 당사자의 시각에서 놀라울 정도로 담담하게 적고 있다.

 

죽음과 같은 엄중한 상황을 하찮은 파리의 날아다님과 대비시키고 있다. 죽음의 세계는 인간이 생각하듯이 고결하고 경건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임을 암시하고 있다.

 

첫째 연에서,

 

'파리가 윙윙 나는 소리가 들렸다 - 내가 죽을 때 -

방 안의 고요함이

대기 속의 정적 같았다 -

폭풍이 일고 있는 한가운데의 -'

 

라고 하였다.

 

파리가 등장하여 '방 안의 고요함' (Stillness in the Room)을 깨뜨리고 있다.

 

방안에는 '폭풍이 휘몰아치기' (Heaves of Storm) 직전의 '정적' (Stillness in the Air)이 감돌고 있다. 죽음을 앞둔 무거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둘째 연에서,

 

'내 주위의 눈들은 - 눈물이 메말랐고 -

숨결은 다부지게 굳어져 갔다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는 - 죽음의 제왕이

당도하는 - 방 안에 - '

 

많은 사람들이 시인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많이 울어 '눈물이 메말랐다' (The Eyes around - had wrung them dry)

 

죽음의 '마지막 순간' (that last Onset)을 기다리는 엄숙한 분위기이다.

 

제왕(King)은 죽음을 의인화했다. 죽음이 닥치는 것을 '제왕이 당도하는 것을 목격한다' (the King be witnessed)라고 표현했다.

 

셋째 연에서,

 

'내 유품들을 - 서명하여 넘겼다

남아 있는 마지막 내 부분들을

양도할 수 있는 - 바로 그때

파리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 '

 

라고 하였다.

 

시인은 죽음의 최종 준비로 '유물들을 정리하고 있다' (willed my Keepsakes).

 

'양도할 수 있는 자신의 마지막 남은 부분' (what portion of me be Assignable)을 '서명하여 넘기고' (Signed away) 있다.

 

'바로 그때' (and then), '파리 한 마리가 날아들고 있다' (there interposed a Fly). 'interposed' 는 '중간에 끼어들다' 의 뜻이다. 파리가 시인의 눈과 창문 사이에 날아든 것을 말한다.

 

넷째 연에서,

 

'푸른색의 - 희미한 - 끊어질 듯한 윙윙거림 -

빛과 - 나 사이에 -

그러곤 창문마저 사라졌다 - 그러곤

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 '

 

라고 하였다.

 

'푸른색의' (with Blue)에서 'Blue' 는 '우울함' 의 뜻도 있다. 푸른색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에 반사되는 파리 날개의 색깔이다.

 

죽어가는 시인의 눈에 비친 파리 모습은 뚜렷하지 않고 '희미하다' (uncertain).

 

또한 파리의 '윙윙거리는 소리' (Buzz)는 지속되지 않고 '끊기듯이' (stumbling) 이어지고 있다. 시인의 의식이 흐릿해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곤 시인의 눈이 감기고, 보고 있던 '창문 모습이 사라졌다' (And then the Windows failed). 시인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I could not see to see).

 

죽음의 마지막 순간에 날아든 파리에 대해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다.

 

죽음의 엄숙한 순간에 신을 상징하는 죽음의 제왕 대신 하찮은 파리가 등장하고 있다. 죽은 후 영혼의 구원을 바라는 인간의 간절한 바람과 상관없이, 하찮고 의미 없을 수 있음을 상징하고 있다.

 

'더 이상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I could not see to see)는 시인의 죽음을 말하지만, 또한 죽음 이후의 세계는 인간이 알 수 없는 영역임을 상징하고 있다.

 

푸른색(Blue)은 죽음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다. 서양에서는 촛불이 푸르게 타면 죽음의 징조라고 말한다.

 

 

I heard a Fly buzz - when I died

 

By Emily Dickinson

 

I heard a Fly buzz - when I died -

The Stillness in the Room

Was like the Stillness in the Air -

Between the Heaves of Storm -

 

The Eyes around - had wrung them dry -

And Breaths were gathering firm

For that last Onset - when the King

Be witnessed - in the Room -

 

I willed my Keepsakes - Signed away

What portion of me be

Assignable - and then it was

There interposed a Fly -

 

With Blue - uncertain - stumbling Buzz -

Between the light - and me -

And then the Windows failed - and then

I could not see to s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