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영시 (5-4) 윌리엄 블레이크 / 런던 London
런던

윌리엄 블레이크
난 도시 계획으로 정비된 런던 거리를 두루 걷네,
가까이엔 구획화된 템스강이 흐르고 있고,
마주치는 모든 얼굴마다
나약함과 슬픔의 상흔이 보이네.
모든 사람의 슬픈 울음 속에,
모든 갓난아이들의 겁에 질린 울음 속에,
모든 목소리 속에, 모든 금지령 속에,
마음을 통제하는 쇠고랑 소리를 듣네.
굴뚝 청소하는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그을음에 검어진 모든 교회를 얼마나 경악시켰나,
불운한 병사의 한숨은
왕궁 벽을 따라 피와 함께 흐르네.
그러나 무엇보다 한밤중 거리에서 나는 듣네,
어떻게 젊은 창녀들의 저주가
갓 태어난 아이들의 눈물을 마르게 하고,
역병으로 결혼 마차를 영구차가 되도록 하는지.
(번역 / 필자)
윌리엄 블레이크의 이 시는 1794년 시집 "경험의 노래" 에 발표된 시이다.
1789년 발표된 시집 "순수의 노래" 가 평화로운 목가적 행복과 조화로운 자연을 노래했다면, "경험의 노래" 는 국가, 교회, 사회 제도의 타락과 억압을 다루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시도 18세기 후반 런던의 열악한 사회 상황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산업혁명의 부작용으로 야기된 비참한 노동 환경, 빈곤, 아동 노동, 윤락 여성 문제 등 당시의 런던 상황에 대해 개탄하고 있다.
한편 소외되고 빈곤한 계층의 반발과 저항을 억누르기 위해서 국가와 지배계층이 사회 곳곳을 통제하고 자유를 억압하고 있음도 비판하고 있다.
1789년 프랑스 혁명에 대해 비교적 호의적이었던 윌리엄 블레이크는 영국 왕정과 제도권 교회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이었다.
첫째 연에서,
'도시 계획으로 정비된 거리' (chartered street),
'구획화된 템스강' (chartered Thames)에서,
'법으로 허가받은' (chartered)을 반복해서 쓰고 있는 것은 정부의 통제가 사회 곳곳에 미치면서 시민의 자유가 억압받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둘째 연에서,
'모든 울음' (every cry),
'모든 사람' (every Man),
'모든 갓난아이' (every Infant),
'모든 목소리' (every voice),
'모든 금지령' (every ban)에서처럼
'모든' (every)을 반복하고 있는 것도 정부의 통제가 사회 깊숙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마음을 통제하는 쇠고랑' (mind-forged manacles)은 이러한 사회적 통제가 신체적인 억압뿐만 아니라 정신의 자유까지 통제함을 말한다.
이는 블레이크가 영향을 받았던 프랑스 계몽주의의 루소가 말한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다, 하지만 어디서나 쇠사슬에 묶여있다." 와 같은 맥락이다.
셋째 연에서,
굴뚝 청소부 (chimney-sweepers)는 전형적 아동 착취 노동이다.
굴뚝이 좁기 때문에 몸집이 작은 어린아이를 주로 쓰며, 굴뚝 속을 오르내리는 위험하고 힘든 노동이다. 그러한 비인간적 아동 착취에 대해 무관심한 교회를 비난하고 있다.
'검은 교회' (blackning Church)는 굴뚝에서 나온 그을음 때문에 검을 수도 있고, 당시 대부분의 건물이 그러듯이 런던의 매연으로 검게 되었을 수도 있다.
한편 교회가 위압적이며 어린이를 보호하지 않는 비정함을 상징하고 있다.
'불운한 병사' (hapless Soldiers)는 프랑스 혁명을 염두에 둔 것이다. 마음은 혁명파 쪽에 있으나 마지못해 왕실을 지키며 피를 흘려야 하는 운이 나쁜 경우를 말한다.
넷째 연에서,
'그러나 무엇보다 한밤중 거리에서 나는 듣네,
어떻게 젊은 창녀들의 저주가
갓 태어난 아이들의 눈물을 마르게 하고,
역병으로 결혼 마차를 영구차가 되도록 하는지.'
라고 하였다.
'젊은 창녀' (youthful Harlots)의 저주는 산업혁명으로 생계 수단을 잃고 어릴 때부터 윤락 여성이 되는 사회적 상황을 비판하려는 의도이다.
갓난 아이의 눈물을 저주하는 것은 윤락 여성으로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해석으로는, 갓난 아이의 눈물이 마르는 현상은, 매독을 앓는 매춘부가 낳은 아이는 매독을 옮는 경우가 있는데, 이 증상의 하나가 아이의 눈물이 메말라지는 것이다.
'결혼 영구차' (marriage hearse)는 형용모순(oxymoron)으로 서로 모순되는 어구를 나열하고 있다.
역병으로 결혼 영구차를 고사시킨다(blight)는 것도 창녀의 성병이 옮아 결혼 후 죽게 된다는 의미이다.
다른 해석으로는 윤락 행위 또는 윤락으로 인한 불륜이 결혼 생활을 파탄에 빠뜨린다는 것이다.
※ 표제 그림은 프랑스 화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의 "웨스트민스터의 템스 강변" (The Thames at Westminster, 1871)이다.
London
By William Blake
I wander thro' each charter'd street,
Near where the charter'd Thames does flow.
And mark in every face I meet
Marks of weakness, marks of woe.
In every cry of every Man,
In every Infants cry of fear,
In every voice: in every ban,
The mind-forg'd manacles I hear
How the Chimney-sweepers cry
Every blackning Church appalls,
And the hapless Soldiers sigh
Runs in blood down Palace walls
But most thro' midnight streets I hear
How the youthful Harlots curse
Blasts the new-born Infants tear
And blights with plagues the Marriage hear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