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블레이크

짧은 영시 (5-57) 윌리엄 블레이크 / 길 잃은 한 소녀 A little girl lost

차일피일 2026. 2. 27. 23:27

길 잃은 한 소녀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집 "순수와 경험의 노래" 에 수록된 "길 잃은 한 소녀" (A little girl lost)의 삽화

 

윌리엄 블레이크

 

 

미래의 아이들은

이 분노의 글을 읽으면서,

알리라, 이전 시대에는

사랑, 달콤한 사랑이 죄악으로 여겨졌음을.

 

황금시대에는

겨울 추위에서 자유롭고,

신성한 빛으로

밝게 빛나는 젊은이와 처녀는,

햇빛 속에서 발가벗고 즐거워하네.

 

젊은 두 남녀는 한때

부드러운 애정으로 가득 차서,

밝게 빛나는 정원에서 만났네,

신성한 빛이

밤의 장막을 막 걷어내었을 때.

 

그때, 그들은 밝은 한낮에

풀밭에서 놀았네,

부모들은 멀리 있고,

낯선 이들은 가까이 오지 않았네,

그리고 처녀는 곧 두려움을 잊었네.

 

달콤한 키스에 지쳐,

그들은 만나기로 약속했네

침묵의 잠이

천국 깊이 감쌀 때,

그리고 지치고 피곤한 방랑자들은 울었네.

 

그녀의 하얀 아버지에게

빛나는 처녀는 왔네,

하나 그의 사랑이 깃든 얼굴은

성경처럼,

그녀의 온몸을 공포로 떨게 하였네.

 

'오나, 창백하고 약한 아이여,

네 아버지에게 말하라!

아, 전율의 공포!

아, 암울한 근심

내 새하얀 머리칼의 꽃을 뒤흔드는!'

(번역 / 필자)

 

 

윌리엄 블레이크의 이 시는 1794년의 "경험의 노래" (Songs of experience)에 수록되어 있다.

 

블레이크는 "순수의 노래" (Songs of innocence)에

 

'길 잃은 소년' (The little boy lost),

'길 찾은 소년' (The little boy found),

'길 잃은 소녀' (The little girl lost),

'길 찾은 소녀' (The little girl found)

 

를 수록하였으며,

 

"경험의 노래" 에서는

 

'길 잃은 한 소년' (A little boy lost),

'길 잃은 한 소녀' (A little girl lost)

 

를 수록하였다.

 

이 시는 인간 본능에 따른 사랑의 욕망과 이를 통제하고 억압하는 사회적 제도와 인습을 대비시키고 있다.

 

블레이크 당시의 여성의 순결에 대한 가혹한 도덕 기준, 교회의 불관용 등을 암묵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첫째, 둘째 연에서,

 

'미래의 아이들은

이 분노의 글을 읽으면서,

알리라, 이전 시대에는

사랑, 달콤한 사랑이 죄악으로 여겨졌음을.

 

황금시대에는

겨울 추위에서 자유롭고,

신성한 빛으로

밝게 빛나는 젊은이와 처녀는,

햇빛 속에서 발가벗고 즐거워하네.'

 

라고 하였다.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은 남녀 간의 육체적 '달콤한 사랑' (sweet love)을 '죄악' (a crime)으로 보았던 당시의 사회적, 종교적 인습을 비판하고 있다.

 

'미래의 아이들' (Children of the future age)은 그에 대해 '분노할' (indignant) 것으로 보고 있다.

 

'황금시대' (the age of gold)는 강압적 사회 제도가 정착되기 이전의 시대로, 사회적 제약 없이 남녀 간의 자유로운 사랑이 가능했던 시대를 말한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낙원인 에덴동산(the Garden of Eden)을 암시하고 있다.

 

'겨울 추위에서 자유롭고' (Free from winter’s cold),

'신성한 빛으로' (To the holy light)

'밝게 빛나는 젊은이와 처녀는' (Youth and maiden bright),

'햇빛 속에서 발가벗고 즐거워하네' (Naked in the sunny beams delight)

 

라고 하였다.

 

셋째, 넷째 연에서,

 

젊은 두 남녀는 한때

부드러운 애정으로 가득 차서,

밝게 빛나는 정원에서 만났네,

신성한 빛이

밤의 장막을 막 걷어내었을 때.

 

그때, 그들은 밝은 한낮에

풀밭에서 놀았네,

부모들은 멀리 있고,

낯선 이들은 가까이 오지 않았네,

그리고 처녀는 곧 두려움을 잊었네.

 

라고 하였다.

 

옛적 황금시대에는 '젊은 두 남녀' (a youthful pair)는 단지 서로에 대한 '부드러운 애정' (softest care)으로 충만하였고,

 

'신성한 빛' (holy light)에 의해

'어둠의 장막' (curtains of the night)이 걷힌

'밝은 정원에서 만나' (Met in garden bright)

 

'밝은 한낮에' (in rising day)

'풀밭에서 놀았네' (On the grass they play)

 

라고 하여, 그들을 억압하는 어떠한 사회적 제약도 없이 본능에 충실하게 사랑하였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때는 그들을 훈계하는 '부모도 멀리 있고' (Parents were afar)

그들을 비난하는 사회의 '낯선 이들도 가까이 없었기 때문에' (Strangers came not near),

 

'처녀는 두려움을 잊었다' (the maiden soon forgot her fear)라고 하였다.

 

다섯째, 여섯째 연에서,

 

달콤한 키스에 지쳐,

그들은 만나기로 약속했네

침묵의 잠이

천국 깊이 감쌀 때,

그리고 지치고 피곤한 방랑자들은 울었네.

 

그녀의 하얀 아버지에게

빛나는 처녀는 왔네,

하나 그의 사랑이 깃든 얼굴은

성경처럼,

그녀의 온몸을 공포로 떨게 하였네.

 

라고 하였다.

 

자유로운 사랑을 나누던 황금시대는 끝나고, 두 젊은 남녀는 그들의 사랑을 억압하는 사회적, 종교적 제약에 좌절하고 있다.

 

밝은 한낮에 빛나는 정원에서 만났던 둘은, 이제

 

'침묵의 잠이

천국 깊이 감싸는'

(When the silent sleep

Waves o’er heaven’s deep)

 

어둠 속에서 사랑을 나누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치고 피곤한 방랑자가 되어 울고 있다' (And the weary tired wanderers weep).

 

'그녀의 하얀 아버지' (her father white)는 처녀의 아버지이나, 하느님의 모습이며, 동시에 당시의 억압적 제도권 교회를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의 사랑이 깃든 얼굴' (his loving look)은 사랑과 용서를 강조하는 예수의 가르침을 상징한다. 하나 처녀는 그 얼굴에서 당시 징벌적 율법을 중시하던 교회를 상기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하나 그의 사랑이 깃든 얼굴은

성경처럼,

그녀의 온몸을 공포로 떨게 하였네.'

(But his loving look,

Like the holy book,

All her tender limbs with terror shook.)

 

라고 하였다.

 

'신성한 책' (the holy book)은 여기서는 '성경' (The Holy Book)보다 율법서를 가리킨다.

 

일곱째 연에서,

 

'오나, 창백하고 약한 아이여,

네 아버지에게 말하라!

아, 전율의 공포!

아, 암울한 근심

내 새하얀 머리칼의 꽃을 뒤흔드는!'

 

이라고 하였다.

 

'오나' (Ona)는 처녀의 이름이다. 아버지는 사회와 교회 관습에 의하여 용인되지 않은 딸의 사랑으로 인해, 괴로워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녀의 딸은 근심과 걱정으로 '창백하고 나약하며' (pale and weak),

 

자신은 '두려움에 떨며' (the trembling fear), '암울한 근심' (the dismal care)에 잠겨 있다.

 

 

표제 그림은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집 "순수와 경험의 노래" (Songs of Innocence and Experience, 1894)에 수록된 "길 잃은 한 소녀" (A little girl lost)의 삽화이다.

 

 

 

A little girl lost

 

By William Blake

 

Children of the future age,

Reading this indignant page,

Know that in a former time

Love, sweet love, was thought a crime.

 

In the age of gold,

Free from winter’s cold,

Youth and maiden bright,

To the holy light,

Naked in the sunny beams delight.

 

Once a youthful pair,

Filled with softest care,

Met in garden bright

Where the holy light

Had just removed the curtains of the night.

 

Then, in rising day,

On the grass they play;

Parents were afar,

Strangers came not near,

And the maiden soon forgot her fear.

 

Tired with kisses sweet,

They agree to meet

When the silent sleep

Waves o’er heaven’s deep,

And the weary tired wanderers weep.

 

To her father white

Came the maiden bright;

But his loving look,

Like the holy book,

All her tender limbs with terror shook.

 

‘Ona, pale and weak,

To thy father speak!

O the trembling fear!

O the dismal care

That shakes the blossoms of my hoary ha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