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아 플라스

짧은 영시 (11-23) 실비아 플라스 / 메두사 / Medusa

차일피일 2026. 3. 1. 21:09

메두사

카라바조의 "메두사" (Medusa, 1598)

 

실비아 플라스

 

 

돌로 된 입마개 같은 좁은 곶으로부터,

하얀 지팡이로 굴리는 두 눈,

바다의 의미 없는 소리를 담는 귀,

당신은 끔찍한 머리를 가졌어요 - 신성한 덩어리 같은,

자비의 눈알을 가진,

 

당신의 부하들은

내 배의 용골의 그림자 아래 거친 세포들을 움직이며,

심장처럼

한가운데의 붉은 신성한 상흔을 밀어내며,

출발 지점의 가장 가까이까지 거센 파도를 타고,

 

그들 자신의 예수 머리칼을 질질 끌며.

난 탈출한 것인가, 궁금하네?

내 마음은 당신에게 휘감겨 있어요

오래된 따개비처럼 달라붙은 배꼽, 대서양의 해저 케이블은,

그 자신을 기적처럼 수선하는 듯이 보이며.

 

아무튼, 당신은 거기 늘 있었어요,

내 전화선 건너편에 떨리는 숨결로,

눈부시게 굽이치는 물결은, 감사하며,

내 물 막대기에 뛰어오르네,

만지며 빨아들이며.

 

난 당신을 찾지 않았어요.

난 당신을 결코 찾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그런데도

당신은 바다 건너 내게 황급히 왔어요,

살찌고 붉은 태반은

 

발버둥 치는 연인들을 마비시키며.

코브라 빛은

푸크시아의 핏빛 종 모양의 꽃봉오리에서

숨을 쥐어 짜내고. 난 숨을 쉴 수가 없었어요,

죽은 듯이, 돈 한 푼 없이,

 

과다 노출되어, 엑스레이처럼.

당신은 자신을 뭐라고 생각하나요?

성찬식의 빵? 뚱뚱한 성모 마리아?

난 당신 몸을 먹지 않을 거예요,

내가 그 안에서 살고 있는 병과 같은

 

끔찍한 교황청.

난 뜨거운 소금이 지겨워요.

질투심 많은 환관처럼, 당신의 소망은

내 죄악에 대해 경고하고 있어요.

꺼져, 꺼져, 뱀장어 같은 촉수여!

 

우리 사이엔 아무것도 없어요!

(번역 / 필자)

 

 

실비아 플라스의 이 시는 그녀가 자살하기 몇 개월 전에 쓰였다. 그녀의 시 "아빠" (Daddy)가 아버지에 대한 애증의 심정을 고통스럽게 적었다면, 이 시는 어머니의 딸에 대한 과도한 소유 집착으로부터 벗어나 독립하려는 딸의 심경을 적었다.

 

메두사(Medusa)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자 괴물이다. 고르곤(Gorgon)이라 불리는 세 자매 중의 하나이다.

 

메두사의 머리칼은 살아 있는 뱀이다. 그 모양이 너무 흉측하여, 그녀를 보는 누구든지 돌로 변하였다.

아르놀트 뵈클린(Arnold Böklin)의 "메두사" (Medusa, 1878)

 

메두사는 그리스의 영웅 페르세우스(Perseus)에 의해 목이 잘려 죽었다. 그는 상대방을 돌로 변하게 하는 잘린 목을 무기로 사용하다가, 아테네 여신에게 방패로 사용하도록 주었다.

 

실비아 플라스의 어머니 이름은 '오렐리아' (Aurelia)이다. 해파리 종류 중 'moon jellyfish' 는 학명이 'Aurelia aurita' 이며 메두사(Medusa)로 불린다. 이 시와 그녀의 어머니와의 연관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보름달물해파리 (moon jellyfish)

 

첫째 연(1-5행)에서,

 

'돌로 된 입마개 같은 좁은 곶으로부터,

하얀 지팡이로 굴리는 두 눈,

바다의 의미 없는 소리를 담는 귀,

당신은 끔찍한 머리를 가졌어요 - 신성한 덩어리 같은,

자비의 눈알을 가진,'

 

라고 하였다.

 

플라스의 이 시에서는 4가지 이미지가 두드러진다. 메두사 해파리, 신화의 메두사 괴물, 종교적 색채, 그리고 바다의 이미지이다.

 

'돌로 된 입마개 같은 좁은 곶' (that landspit of stony mouth-plugs)

 

은 시인이 대서양 바다 건너 있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장소이다. 플라스는 영국으로 유학 와서 시인 테드 휴스와 결혼하였다. 어머니는 미국에 있다.

 

'입마개' (mouth-plugs)는 그녀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어머니를 암시한다.

 

'하얀 지팡이로 굴리는 두 눈' (Eyes rolled by white sticks)

'바다의 의미 없는 소리를 담는 귀' (Ears cupping the sea's incoherences)

 

등은 이 시에서 계속해서 이어지는 몸의 부분들이다. '입' (mouth), '눈' (eyes), '귀' (ears), '머리' (head), '배꼽' (umbilicus), '태반' (placenta) 등으로 메두사를 묘사하고 있다.

 

'하얀 지팡이로 굴리는 눈' 의 의미는 모호하다. '하얀 지팡이' (white sticks)는 흔히 맹인용 지팡이를 가리킨다. 딸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눈먼 어머니를 상징할 수 있다.

 

'바다의 의미 없는 소리' (the sea's incoherences)를 담는 귀도 마찬가지로, 딸의 심경을 이해하지 못함을 상징한다.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끔찍한 머리' (your unnerving head)는 메두사의 머리를 말한다. 딸을 항상 통제하고 매사에 간섭하려는 어머니의 이미지이다.

 

'신성한 덩어리' (God-ball)는 메두사의 머리와 신의 이미지를 합성한 말이다, 괴팍한 사람이나 물건을 뜻하는 'oddball' 을 연상시킨다.

 

'자비의 눈알' (Lens of mercies)은 딸을 보호하려는 어머니의 관심을 상징하나, 딸에 대한 과도한 통제를 암시하는 냉소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둘째, 셋째 연(6-11행)에서,

 

'당신의 부하들은

내 배의 용골의 그림자 아래 거친 세포들을 움직이며,

심장처럼

한가운데의 붉은 신성한 상흔을 밀어내며,

출발 지점의 가장 가까이까지 거센 파도를 타고,

 

그들 자신의 예수 머리칼을 질질 끌며.'

 

라고 하였다.

 

'당신의 부하들' (Your stooges)은 해파리처럼, 배의 '용골' (keel) 아래 바다에서 움직이고 있다.

 

용골은 배의 중앙에 길게 놓인 목재로 선체를 받치는 기능을 한다.

 

시인의 '배' (my keel) 주위를 맴도는 이들은 '심장' (hearts) 박동으로 피를 온몸으로 내보내듯이,

 

예수가 십자가에서의 수난 때 받은 상처의 흔적인 '붉은 상흔' (Red stigmata)을 시인에게 보내며, 그녀의 괴로움을 상기시키고 있다.

 

십자가에서 가시관에 의해 피에 젖은 '예수의 머리칼 같은 촉수를 질질 끌고 있는' (dragging their Jesus hair) 것처럼 그들의 모습을 묘사하였다.

 

셋째, 넷째 연(12-20행)에서,

 

'난 탈출한 것인가, 궁금하네?

내 마음은 당신에게 휘감겨 있어요

오래된 따개비처럼 달라붙은 배꼽, 대서양의 해저 케이블은,

그 자신을 기적처럼 수선하는 듯이 보이며.

 

아무튼, 당신은 거기 늘 있었어요,

내 전화선 건너편에 떨리는 숨결로,

눈부시게 굽이치는 물결은, 감사하며,

내 물 막대기에 뛰어오르네,

만지며 빨아들이며.'

 

라고 하였다.

 

시인은 자신이 미국에서 영국으로 왔을 때, 어머니의 통제와 간섭을 벗어났다고 생각했으나, 실제는 그렇지 않음을 느끼고 있다.

 

'난 탈출한 것인가, 궁금하네?'

(Did I escape, I wonder?)

 

라고 의아해하고 있다.

 

그녀의 마음은 어머니에게 여전히 휘감겨 있다.

 

마치 '오래된 따개비처럼 달라붙은 배꼽의 탯줄' (Old barnacled umbilicus)처럼,

'대서양 밑에 깔린 통신 해저 케이블' (Atlantic cable)처럼,

 

어머니-딸의 옛날 관계가 '기적처럼 복원된 듯이 보인다' (Keeping itself, it seems, in a state of miraculous repair)라고 하였다.

 

'아무튼, 당신은 거기 늘 있었어요' (In any case, you are always there)

 

라고 시인은 말한다.

 

대서양 건너 전화선에 '떨리는 숨결' (Tremulous breath)로 어머니가 말하고, 그녀의 눈물을 상징하는 '굽이치는 물결' (Curve of water)이 '눈부시고, 감사하듯이' (dazzling and grateful) '쇄도하고 있다' (upleaping).

 

어머니는 딸이 자신을 이전처럼 대해 주는 데 대해 '감사하며' (grateful), '압도할 듯이 빛나고 있다' (dazzling).

 

하지만 동시에 더욱 '간섭하려 하고' (touching), 마치 그녀에게 기생하여 피를 '빨아먹듯이' (sucking) 강하게 집착한다고 시인은 부정적으로 보았다.

 

다섯째, 여섯째, 일곱째 연(21-31행)에서,

 

'난 당신을 찾지 않았어요.

난 당신을 결코 찾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그런데도

당신은 바다 건너 내게 황급히 왔어요,

살찌고 붉은 태반은

 

발버둥 치는 연인들을 마비시키며.

코브라 빛은

푸크시아의 핏빛 종 모양의 꽃봉오리에서

숨을 쥐어 짜내고. 난 숨을 쉴 수가 없었어요,

죽은 듯이, 돈 한 푼 없이,

 

과다 노출되어, 엑스레이처럼.'

 

라고 하였다.

 

시인은 어머니에게 먼저 전화를 걸지 않았으며, 아예 '전화를 건 적이 없다' (I didn't call you at all).

 

'그럼에도 불구하고' (Nevertheless, nevertheless),

 

그녀의 어머니는 바다를 건너 미국에서 영국으로 '황급히 왔다' (You steamed to me over the sea). 딸과 남편 테드 휴스와의 불화 소식을 듣고 영국으로 온 것을 말한다.

 

마치 태아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살찌고 붉은 태반' (Fat and red, a placenta)처럼 그녀의 어머니는 '발버둥 치는 연인들을 마비시켰다' (Paralyzing the kicking lovers)라고 하였다.

 

'발버둥 치는 연인들' (the kicking lovers)은 플라스와 테드 부부일 수도 있으며, 또는 남편 테드와 당시 그의 연인(Assia Wevill)을 가리킬 수도 있다.

 

그녀의 어머니는 마치 '코브라 빛' (Cobra light)이 '푸크시아의 핏빛 같은 종 모양의 꽃봉오리' (the blood bells of the fuchsia)에서 '숨을 쥐어 짜내듯이' (Squeezing the breath) 그녀를 질식시키고 있다.

푸크시아 (fuchsia)

 

시인은 그런 어머니 곁에서 '숨을 쉴 수가 없었고' (I could draw no breath),

 

'죽은 듯이, 돈 한 푼 없이,

과다 노출되어, 엑스레이처럼.'

(Dead and moneyless,

Overexposed, like an X-ray.)

 

무기력함을 느낀다.

 

일곱째, 여덟째 연(32-41행)에서,

 

'당신은 자신을 뭐라고 생각하나요?

성찬식의 빵? 뚱뚱한 성모 마리아?

난 당신 몸을 먹지 않을 거예요,

내가 그 안에서 살고 있는 병과 같은

 

끔찍한 교황청.

난 뜨거운 소금이 지겨워요.

질투심 많은 환관처럼, 당신의 소망은

내 죄악에 대해 경고하고 있어요.

꺼져, 꺼져, 뱀장어 같은 촉수여!

 

우리 사이엔 아무것도 없어요!'

 

라고 하였다.

 

시인은 자신에게 여전히 모성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어머니에게 '죽고 싶을 정도로' (I am sick to death) 질려 있다.

 

'당신은 자신을 대체 뭐라고 생각하느냐?' (Who do you think you are?)

 

라고 묻고 있다.

 

교회 '성찬식에서 나누어 주는 빵' (A Communion wafer)이나 '성모 마리아' (Mary)처럼 자신에게 은총을 베푼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발하고 있다.

 

'뚱뚱한 성모 마리아' (Blubbery Mary)는 뚱뚱한 중년 부인인 어머니의 모습을 말하고 있으나, 성모 마리아에 '뚱뚱한' (Blubbery)을 붙이는 것은 신성모독이다.

 

시인은 어머니의 '몸을 먹지 않겠다' (I shall take no bite of your body)라고 하여, 어머니의 간섭을 거부하고 있다. '몸' (body)은 성찬식 때 나누어 주는 빵이 예수의 '몸' 을 상징하는 것을 원용했다.

 

어머니의 간섭을 받는 자기를 '끔찍한 바티칸 교황청이라는 병 속에 살고 있는 자신' (Bottle in which I live, ghastly Vatican)으로 냉소적으로 말하였다. 교황청은 권위와 통제를 상징한다.

 

'난 뜨거운 소금이 지겨워요' (I am sick to death of hot salt)

 

는 다양하게 해석된다. '뜨거운 소금' (hot salt)을 눈물로 해석하여, 어머니의 눈물 어린 호소와 간섭에 지친 시인의 심경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질투심 많은 환관처럼' (Green as eunuchs),

 

어머니는 딸의 '죄악에 대해 질색을 하며 경고하고 있다' (Hiss at my sins). 딸의 죄악은 남편의 잘못을 용서하고 부부간의 불화를 원만히 수습하지 않으려는 딸의 완강한 태도를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한 어머니의 간섭을 그녀는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

 

'꺼져, 꺼져, 뱀장어 같은 촉수여!'

(Off, off, eely tentacle!)

 

라고 어머니를 배척하고 있으며, 모녀간에 삶의 공감대가 없음을 선언하고 있다.

 

'우리 사이엔 아무것도 없어요!'

(There is nothing between us.)

 

라고 하였다.

 

 

표제 그림은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Caravaggio, 1571-1610)의 "메두사" (Medusa, 1598)이다.

 

 

Medusa

 

By Sylvia Plath

 

Off that landspit of stony mouth-plugs,

Eyes rolled by white sticks,

Ears cupping the sea's incoherences,

You house your unnerving head - God-ball,

Lens of mercies,

 

Your stooges

Plying their wild cells in my keel's shadow,

Pushing by like hearts,

Red stigmata at the very center,

Riding the rip tide to the nearest point of departure,

 

Dragging their Jesus hair.

Did I escape, I wonder?

My mind winds to you

Old barnacled umbilicus, Atlantic cable,

Keeping itself, it seems, in a state of miraculous repair.

 

In any case, you are always there,

Tremulous breath at the end of my line,

Curve of water upleaping

To my water rod, dazzling and grateful,

Touching and sucking.

 

I didn't call you.

I didn't call you at all.

Nevertheless, nevertheless

You steamed to me over the sea,

Fat and red, a placenta

 

Paralyzing the kicking lovers.

Cobra light

Squeezing the breath from the blood bells

Of the fuchsia. I could draw no breath,

Dead and moneyless,

 

Overexposed, like an X-ray.

Who do you think you are?

A Communion wafer? Blubbery Mary?

I shall take no bite of your body,

Bottle in which I live,

 

Ghastly Vatican.

I am sick to death of hot salt.

Green as eunuchs, your wishes

Hiss at my sins.

Off, off, eely tentacle!

 

There is nothing between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