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영시 (132-1) 린다 패스턴 / 새로 온 개 The new dog
새로 온 개

린다 패스턴
내 심각한 삶 속으로,
잘 닦아 윤이 나고
잘 정돈된 펜과 종이로
엄격하게 격식을 갖춘,
이 미친 듯한 동물이 왔네,
그의 순진한 분탕질이
내 오랜 단순함을
무의미하게 만드네 -
마치 내가 그를 원했던 것처럼
또다시 증명하기 위해, 그 모든
세심한 계획에도 불구하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번역 / 필자)
린다 패스턴(Linda Pastan, 1932-)은 미국의 시인이다. 1991-95년 미국 매릴랜드(Maryland)주의 계관시인이다.
시 부문 권위 있는 상을 다수 수상하였다. 그녀의 시집 중 2권은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 최종 후보로 지명되었다.
그녀의 시는 가족, 가정생활, 모성, 늙어감, 상실, 죽음, 사랑과 우정 등 인간관계의 다양한 측면을 다루고 있다.
이 시는 자신이 키운 많은 개에 대한 경험과 사랑을 담은 시집 "한 마리 개가 그 속을 달리네" (A dog runs throught it)에 수록되어 있다.
새로 키우게 된 개가 옴으로 해서 시인의 잘 관리되고 정돈된 삶이 뒤죽박죽이 되고 있다. 하지만, 시인은 이 '순진하고' (innocent), '미친 듯이 제멋대로인' (manic) 새로운 개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즐거워하며, 따뜻한 사랑의 감정을 암시하고 있다.
이 개의 자유분방함이, 자신의 통제되고, 지나치게 격식을 갖춘 심각한 삶에 활력을 가져오고 있음을 반기고 있다.
자신이 '오래도록 지켜온 분명하고 간명한 원칙' (my old simplicities)이 개로 인해 허물어져 버렸다.
시인은 집안이 항상 '윤이 날' (polish) 정도로 잘 정돈되고, 시를 쓰는 '문구류' (paper and pen)가 잘 정리되어 있는 것을 '중요한 의전 행사' (serious ceremonies)처럼 여겼다. 그런데 새로 온 개가 다 헝클어 놓았다.
하지만 시인은 마치 이 개를 기다리고 있은 듯이 말하고 있다.
'마치 내가 그를 원했던 것처럼'
(as if I needed him)
시인은 삶에 있어 자신의 잘못, 실수, 게으름으로 인해 후회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매사를 조심하고 자신을 극도로 절제하는 규칙적이고 반듯한 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스스로 얽어매는 이러한 통제된 삶에 한편으로는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시인의 자유로운 정신이 그 속에서 메마르고 있다고 생각할 때도 드물지 않다.
새로 온 이 '미친 듯한' (manic) 개의 '순진한 분탕질' (innocent disruptions)은 시인에게 억압된 정신을 자유롭게 하는 신선한 바람을 가져오고 있다.
마치 시인에게 '또다시 증명하려는' (to prove again) 듯하다.
'그 모든 세심한 계획에도 불구하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after all the careful planning,
anything can happen.)
세심한 계획에도 불구하고,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 (anything can happen)라는 것은,
시가 오랜 노동과 짜인 계획에 따라 쓰이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시적 영감에 의해서 쓰이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인간이 아무리 세심하게 계획하고 의도할지라도, 실제 일을 성사시키는 것은 하늘에 달렸음을 일깨우고 있다. 신과 자연 앞에서 인간의 한계를 아울러 암시하고 있다.
※ 위 그림은 프랑스 화가 베르트 모리조(Berthe Morisot)의 "쥘리 마네와 그레이하운드 라에르트" (Julie Manet and Her Greyhound Laertes, 1893)이다.
The new dog
By Linda Pastan
Into the gravity of my life,
the serious ceremonies
of polish and paper
and pen, has come
this manic animal
whose innocent disruptions
make nonsense
of my old simplicities -
as if I needed him
to prove again that after
all the careful planning,
anything can happen.